심심한 날... 친구가 필요할땐
여러분... 부우자 되세요...
난 LG 카드만 써요...
당신은 누구시길래...
일요일은 짜파게티 먹는 날...
니가 칼라를 알아?
...
혼자... 방안에 우두커니 앉아 있을때...
나에게 말을 걸어주는 사람들...
그래... 부자가 될께... 그래 LG카드도 써볼께... 짜파게티도 먹을께...
암... 껌도 씹구... 그 고무장갑을 끼고... 그래...그 카레도 먹어 볼께...
...
호밀밭의 콜필드는 술만 먹으면 자꾸 총에 맞는 시늉을 내곤 한다
그것도 매번 바에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으려 배를 꽉 움켜쥐고선 공중전화 부스로 뛰어 들어 간다... 피가 흐를새라 조심조심...
갑자기 책속의 콜필드를 내 방으로 불러 들이면 어떨가 싶어졌다
불쑥 나타난 녀석... 영어로 뭐라 지껄인다...
아뿔사... 녀석이 뉴욕 양키즈를 들먹일때 부터 알아 봤어야 됐는데...
녀석은 뉴욕 토박이 였던 것이었다...
녀석과 내가 통하는 코드 라곤... 고작 월드 시리즈였다
김병현이 어쩌구... 랜디존슨이 어쩌구... 하다가 녀석은 무례하게도 내가 펴 놓은 자리 위로 털썩 누워 버린다...
몇번 흔들어 봤지만 꼼짝도 안한다...
하는 수없이 녀석을 자게 내버려 두고 드라마를 보기 시작한다
처음 시작하는 드라마... 처음의 그 풋풋함이 좋아 매주 수.목요일은 이 드라마를 고집하리라 마음을 먹어 본다
주인공 남자가 물에 빠졌다... 그가 바닷속 깊이 가라 앉아 있을때... 그를 구하기 위해 뛰어든 여자 주인공과 심해에서 마주하게 되는데...
그 남자가 눈을 뜬다... 아~~~ 어쩜 저렇게 멋있단 말이냐...
누워있는 콜필드에겐 아랑곳 하지 않고... 냉큼 바다에 뛰어들어 류시원을 구해 오고 만다...
추운 겨울 바다에서 건져올린 류시원은 몹시나 떨고 있다...
골아 떨어진 콜필드를 구석으로 밀어버리고... 류시원을 이불 속으로 밀어 넣어 준다
다행이 콜필드 녀석의 체온으로 많이 따뜻 해진듯 했다...
앗... 이녀석... 한국 사람이었지... 어쩜... 내가 아는 친구랑 많이 닮았는지...
약간 왕자병 기질이 보였지만... 녹녹치 않은 내 공주병으로 근근히 버텨 본다...
녀석도 피곤했는지 그만 살포시 잠이 들고 만다...
한꺼번에 낯선 사내들이 두명씩이나 내 방에서 자고 있는데도... 전혀 무섭지가 않군...
한참을 그들을 바라보다... 피식 웃고선... 콜필드 녀석은 책속으로...
류시원은 아직 끝나지 않은 드라마 속으로 보내 주었다...
...
심심한 날... 친구가 필요할땐...
나는 나는 친구를 만들죠...
재미난 친구. 귀여운 친구...
내가 만든 친구... 내 친구는...
2002/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