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학년때 였던가..
중요한 준비물을 집에 두고와서 선생님께 허락을 받고 1교시중 집으로 향하는길.
운동회 시즌이라 다들 들떠서 덤벙대던때라.. 나는 쉬이 허락을 받을수 있었다
아침나절의 등교하던 꼬맹이들이 모두 자취를 감춘 오전 10시.
내가 모르는 어른들의 거리에 함께 섞여있단게 너무 신나서 한껏 들떴었다
지금의 가을과는 사뭇 달랐던 그때.
가을은 정말로 가을다웠었고.. 바람은 적당히 차가운 오전이었다
오전 10시의 햇살은 꼬맹이의 까만머리에 동그랗게 윤을 낼만큼 따사로왔고.
여기저기 드르럭~ 하며 셔터문을 여는 소리와 야채장수와 계란장수의 확성기 소리..
미로같은 골목의 알수없는 한끝에서 타고오는 엿장수의 가위질 소리하며..
이때부터 꼬맹이는 눈을 감고 걷기로 했다
손끝을 벽에 스치며.. 여긴 성환이네 집이로구나. 코너를 돌아야겠지..
귀에 익은 개짖는 소리가 들리면.. 오호라 민수네 집이구나 하면서..
집에 도착해 깜짝 놀라는 엄마를 뒤로하고 준비물을 챙겨 다시 학교로 돌아가는길.
아홉살짜리는 한시간여 놀던 따뜻한 물이 식는듯 해서 금방 서글퍼졌다
아홉살의 이 아침은.. 내 열아홉살과. 내 스물아홉의 아침과 얼마나 닮아있을까 싶은게.
벌써 스물아홉까지 살아버린 아이처럼 그날밤 나이먹어감의 씁쓸함에 대해 일기장에 끄적였던 기억이 났다.
그로부터 정확히 이십년 후.
꼬맹아... 스물아홉의 아침도 그때와 그닥 다르지 않구나.
아침의 공기는 여전히 닮아있고.. 여전히 소름이 돋고.. 여전히 하늘이 이뻐.
그리고.. 나도 그때의 너에게서 여전히 한치도 벗어나질 못한듯 해보여.
이것봐.. 여전히 아홉살 짓을 하고 살고 있다니깐.. ㅠㅡㅜ
2005/10/11